대학 다닐 때만 해도 나는 박정희 대통령을 장기집권한 독재자로만 알고 있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권력욕에 가득찬 인물로 알고 있었다. 1979년 10월26일 김재규가 쏜 흉탄에 유명을 달리하고 이듬해 ‘서울의 봄’이 왔을 때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줄 알았다. 민주화가 되면 모두가 행복한 내일이 열릴 줄 알았다. 1980년 봄 계엄령과 함께 휴교령이 내려졌을 때 고향으로 내려갔다. 가는 길에 구미 상모동 박대통령 생가에 들렀다. 그 전부터 꼭 한번은 들러고 싶었던 곳이었다. 그 당시 시골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나지막한 초가지붕의 토담집이었다. 집도 마당도 넓지 않았다. 생가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다. 주변 산천을 둘러 보더니 “산세가 빼어난 것을 보니 과연 큰 인물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