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정혜원 기자]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요즘 유행하는 보험 광고들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까다로운 가입조건 때문에 망설였던 고객까지 유인할 수 있는 ‘누구나 보험’인 셈이다.
그러나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다던 민영보험이 유독 장애인 등 질환자에게는 유독 높은 벽을 세우고 있어 이중 잣대 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장애인 및 질환자, 사망보험금 지급거부가 가입거부로 둔갑?
보험업법에 따르면 ‘심신상실자’와 ‘심신박약자’는 사망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있다. 이는 상법 732조 심신상실자 및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다는 조항임에도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이를 이유로 가입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동 조항에 따라 보험사들이 사망보험금지급은 거부할 수 있지만 실제 치료비를 보상받는 보험가입 거부는 위법사항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험소비자협회 김미숙 회장은 “보험사들이 장애인이나 질환자 등의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이유는 이들이 건강한 사람에 비해 질병 발생 등의 손해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이기적 판단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A보험사 법무팀 관계자는 “장애인이나 질환자의 경우 대부분 소득 기반이 약한데, 우리 사회에서 저소득층의 음주나 흡연 등이 월등히 높다는 연구결과만 보더라도 이들의 질병 발생률이 높다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장애인이나 질환자의 경우 보험가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김미숙 회장은 “보험사들의 논리대로라면 아예 돈 많고 건강한 사람들만 가입을 허용해야 보험사의 손해율이 낮아질텐데 굳이 건강하면 소득에 구분 없이 가입을 유도하는 이유가 뭐냐”고 반문했다. 김 회장은 이어 “가입 시 건강하기만 하면 고가의 보험을 권유하고 고객의 해지요구에는 원금도 다 돌려주지 않는 보험사들이, 손해율을 핑계로 대는 것은 그야말로 자가당착의 논리”라고 비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정부가 아니다”며 “많은 고객들의 돈으로 더 많은 보상을 해야 하는데 손해율이 높으면 그만큼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가입고객의 돈으로 주주들과 회사 배를 불리지 않는다면, 그렇게 많은 손해율이 발생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험업계, "장애인 및 질환자, 정부 지원하면 받을 수도"
보험사들의 이 같은 논리는 사실상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S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적 부담 때문에 민영보험을 보충형태로 도입할 것이라면 보험사들의 이 같은 영업 행태를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제재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또 “꾸준히 문제로 제기되는 민영보험사의 가입거부, 보험금 지급 거부, 자동 연장 시 보험료 인상 등에 대해 철저하게 관리·감독하지 않는 정부가 바로 2차 가해자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보건 복지 가족부 관계자는 “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심신상실이나 박약의 경우 의사결정력이 없기 때문에 사망보험금 지급이 거부될 수 있을 뿐이지 가입자체를 거부해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당한 이유 없이 손해율이 높을 것이란 예측만으로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것은 복지부에서도 꾸준히 지켜보고 담당 부처와 논의 중인 문제”라고 답했다. 다시 말해 상법 732조의 개정안이 발의된 만큼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 그러나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애인이나 질환자의 보험가입을 강제하려면 정부에서 건강한 사람보다 높은 보험료율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해율이 높은 장애인이나 질환자를 건강한 사람과 동일한 보험요율을 적용할 경우, 건강한 사람이 낸 보험료로 장애인이나 질환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 때문에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획재정부나 복지부 등에 장애인이나 질환자의 보험료를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차액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일방적으로 장애인이나 질환자에 차등요율을 적용할 경우 역차별이라는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도 어느 정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심신상실자나 박약자의 경우에도 암처럼 질병 발병의 차이가 없는 질환은 가입을 거부할 수 없도록 계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사회복지학과 한 교수는 “정부는 재정을 이유로 손 놓고 있고, 보험사는 이윤을 이유로 손 놓고 있어 결국 피해는 장애인이나 질환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관계부처들의 강력한 개선 의지가 없으면 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구실은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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