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아름다움

▶아내와  나 사이◀  詩 人 / 李  生 珍 (1929~  )

91moses 2026. 7. 4. 14:52

“감동(感動)의
서정시(抒情詩)”

▶아내와  나 사이◀

 詩 人 / 李  生 珍 (1929~  )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들어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지난 2019년 봄 평사리 최참판 댁 행랑채 마당에서

박경리 문학관 주최로 제1회 "섬진강에 벚꽃 피면 전국 詩 낭송대회"가 열렸습니다.  

60여 명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낭송시가 바로 李生珍 詩人의

이 작품입니다. 

 
7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성 낭송가의
떨리고 갈라지는
목소리에 실려 낭송된 

이 시는
청중들로 하여금
눈시울을
젖게 하였습니다.  
 
좋은 낭송은
시 속의  ‘나’ 와
낭송하는  ‘나’ 와
그것을 듣고있는 ‘나’ 를 온전한 하나로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내 몸의 주인인
기억이 하나둘
나를 빠져나가서
마침내 내가
누군지도 모르게

되는 나이. 
 
나는
창문을 열려고 갔다가
그새 거기 간 목적을 잊어버리고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무엇을 꺼내려고
냉장고에 갔다가
냉장고 문을 열어놓은 채

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앞이 막막하고
울컥하지 않습니까

시인은
차분하게
이 참담한 상황을 정리합니다.  

우리의 삶이란 
“서로 모르는 사이가 /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  다시 모르는 사이로 /

돌아가는 세월” 일 뿐이라고.  
 
그리고
자책하는 목소리에 담아 우리를 나무라지요.  

  "진리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그러므로
 '아내와 나 사이’ 의 거리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셈이지요. 
 
* 김남호 / 문학평론가

※ 오늘따라
몇 번이나 보았던
이 글을 또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