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 이 사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를 지나며

91moses 2026. 6. 28. 14:51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를 지나며

파스칼은 인간 안의
하나님 크기의 빈자리를 보았고,

키르케고르는
그 빈자리 앞에 선 인간의 떨림을 보았습니다.

니체는
하나님 없이 그 빈자리를 채우려는
인간의 슬픔을 보았고,

도스토옙스키는
죄와 눈물 속에서도
구원을 갈망하는 인간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톨스토이는
또 다른 자리에서 묻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도덕 교훈이 아닙니다.

착하게 살자는 말도 아니고,
사랑하면 좋다는 부드러운 권면만도 아닙니다.

톨스토이에게 이 질문은
인생 전체를 지나온 뒤에 남은
무겁고도 깊은 질문이었습니다.

그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재능도 있었고,
명성도 있었고,
가문도 있었고,
문학적 영광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많이 가졌다고 해서
자기 영혼을 다 설명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도
밤이 깊어지면
자기 마음의 빈 방 앞에 서게 됩니다.

톨스토이는 인간이
얼마나 쉽게 허영에 빠지는지,
얼마나 자주 욕망에 끌려가는지,
또 얼마나 깊이 죽음 앞에서 무력해지는지를 보았습니다.

죽음 앞에서는
명성도 조용해지고,
재산도 멀어지고,
사람들의 박수도 희미해집니다.

그때 인간에게 남는 질문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나는 무엇으로 살았는가.
나는 무엇을 사랑했는가.
나는 누구를 외면하지 않았는가.

도스토옙스키가
죄와 울음 속에서 하나님을 찾았다면,

톨스토이는
인생의 허무와 죽음 앞에서
하나님을 찾은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그에게 사랑은
가벼운 감정이 아니었습니다.

사랑은
허무를 견디게 하는 힘이었고,
죽음 앞에서도 인간을 사람답게 붙드는 길이었으며,
하나님께서 인간 안에 남겨 두신
가장 깊은 흔적이었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돈으로 사는가.
명예로 사는가.
지식으로 사는가.
권력으로 사는가.

잠시 그렇게 사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인간의 깊은 빈자리를
끝까지 채우지 못합니다.

사람은 결국
사랑 없이 살 수 없습니다.

사랑받지 못하면 메마르고,
사랑하지 못하면 닫히며,
사랑을 잃으면 삶의 빛도 희미해집니다.

그러나 사랑은
내가 억지로 만들어 내는 미덕만은 아닙니다.

사랑은
먼저 받은 은혜의 기억에서
흘러나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누군가를 불쌍히 여길 수 있는 것은
나도 불쌍히 여김을 받았기 때문이고,

내가 누군가를 용서할 수 있는 것은
나도 용서받은 자리에 서 있기 때문이며,

내가 누군가의 곁에 설 수 있는 것은
주님께서 먼저 내 곁에 오셨기 때문입니다.

톨스토이가 찾은 길은
결국 이 단순한 자리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자기 힘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받고,
사랑을 기억하고,
사랑을 흘려보내며 살아갑니다.

그 사랑의 근원은
사람 안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은
단순히 착한 마음이 아니라,
하나님이 인간에게 남겨 두신
생명의 길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남는 것은
얼마나 많이 알았는가보다,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가일지도 모릅니다.

얼마나 높이 올라갔는가보다,
얼마나 낮은 자리의 사람을 외면하지 않았는가일지도 모릅니다.

얼마나 오래 기억되었는가보다,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빛을 남겼는가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사랑으로 삽니다.

그러나 그 사랑은
인간의 선한 의지만으로 완성되는 사랑이 아니라,

하나님께 받은 사랑이
우리 안에서 다시 흘러나가는 은혜입니다.

톨스토이는
인생의 허무를 지나
사랑의 길을 물었고,

복음은
그 사랑의 근원이
하나님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오늘도
사람을 쉽게 지나치지 않기를 원합니다.

그 사람 안에도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고,

설명하지 못한 허무가 있으며,

하나님을 향한 빈자리가
조용히 남아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생각이 사람을 세우고,
우리의 행동이 사람을 살리며,
우리의 삶이 하나님 아버지의 은혜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소서.

그렇게 우리의 작은 말과 삶이
차가워진 세상에
아주 조금이라도 온기를 더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은혜의 길일 것입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사랑으로 살고,

그 사랑의 근원은
하나님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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